생의 감각

문득 찬 바람이 불 때면

Jaypic 2020. 11. 24. 00:16

밖에만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문득 방안에서 창을 열면, 겨울 밤 공기가 훅 들어올 때가 있다.

시린 듯 울컥해지는 기분이 들지만 결코 슬픈 것은 아니다.

괜히 아득해지는 마음에 멍해지고 만다.

 

이상하게 이번 겨울의 초입에서는 부다페스트가 많이 생각난다.

 

감각이 많이 무뎌져서, 혹은 느낄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해가 있는 반면,

스치는 바람에도 가슴이 아려와 울컥해지던 때도 있었다.

참아왔던 눈물이 느닷없이 터져서 혼자서 많이 울기도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흘러가는 삶에서 미처 덜어내지 못한 것들이 많이 쌓였으리라 생각했다.

 

위태로웠던 마음과 함께 동유럽으로 날아갔다.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았던 마음이 비로소 편안해졌던 그 곳에서의 밤이 많이 생각난다.

 

엄청나고 대단한 그 어떤 것도 없었기에,

나는 모든 순간을 사랑할 수 있었다.

 

내쉬는 숨마다 나는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 확신했다.

들려오는 모든 소리와 내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온 몸의 감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차갑고 긴 밤이었지만, 짓누르는 공기가 무거울 수록 나는 홀가분해졌다.

 

그 날의 그 밤이 많이 생각난다.

 

아-

나는 다음 겨울에 부다페스트에 가야겠다.

그리고 그때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