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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퇴근하고 부안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멀어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쉬러가는거라서 급할 것이 없었다.
머리를 감싸쥐고 침대를 뒹굴다가 한 10분쯤 잠이 들었나, 만나기로 한 동생이 출발했다고 전화를 해서 깼다.
아주 멍-한 상태로 치킨집으로 걸어나가는 중. 한블럭 옆에 횟집들도 많고 다른 식당들도 많이 있어서 그곳으로 갈까? 생각해보았으나 동생이 가게이름에 꽂힌듯하여....... 치킨을 먹기로 했다.
가게를 알려준 분께서 내부는 별로일거라고 해서 무조건 포장해야지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내부가 깨끗하고 넓었다.
테라스 자리도 잘되어 있어서 순간적으로 수십번 갈등을 했으나 모래사장의 낭만을 선택했다.
그리고 음식은 맛있어서 놀랐다. 좋은 조합이었다.
적당히 바람이 불고 선선해서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평소엔 잘안먹는 맥주도 마셨다.
전북과 제주의 경기를 틀어놓고, 사는 얘기들을 오랜만에 주고 받고 있었는데 해가 지니까 조명이 자동으로 켜졌다.
와아- 되게 예쁘다. 라고 말하는 순간 모기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숙소로 다시 들어왔다.
내가 동생보다 먼저와서 체크인을 했는데 정신이 다른곳에 있어서 그땐 바로 침대에 뻗어버렸었다.
동생이랑 짐을 풀며 냉장고를 열어보았는데 물이 없었다.
형 나 차 트렁크에 생수 많아. 그래 갔다오자~ 하고 나가면서 신발장 쪽에 있는 이 정수기를 보았다.
동생이 여긴 정수기가 있넹... 하길래, 나도 그러네.. 인테리어도 되고 예쁘네.. 하고 신발을 신고 나갔다.
아마........내가 영혼을 직장에 두고 못가져 온게 분명했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야 우리 어디가는거였지? 동생에게 물어보니 얘가 대답은 안하고
갑자기 웃으면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 그랬다.
정수기는 깨끗한 물을 제공해주는 기계였다.
그렇게 다시 돌아와서 그간 못했던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티비를 켰는데 마침 이게 하길래 틀어놓았다. 이게 그렇게 재밌나...
나는 제대로 본적이 한번도 없어서 마침 목포가 나오길래 보고있다가 잠이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새로운 날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머리가 조금 아팠지만 늦게자서 그런거겠지 생각하고 조식을 먹고왔다.
아침 일찍 여는 카페가 없을까 했는데, 파스쿠찌가 9시에 열길래 체크아웃하고 커피한잔 하러 방문했다.
되게 깨끗했고 생긴지 얼마안된 느낌이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했는데, 뜨거운 카페라떼에 초콜릿 시럽을 추가했다.
같이 간 동생도 그렇고, 주문을 받은 바리스타 분도 그렇고
나에게 이럴거면 카페모카를 시키는게 낫지 않냐고 했다.
나는 또 대답을 못하고 정지했다.
별 생각없이 누른거라서 그냥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나는 원래 무슨 질문을 받아도 바로 대답하고, 무슨 대답이든 하는 사람인데
확실히 며칠새 힘이 들긴 한 것 같다.
얘가 12월에 결혼을 하는데, 내가 사회를 본다.
결혼식을 특별하게 하고 싶다고, 무슨 이벤트를 하고 무슨 멘트를 넣고 형이 이렇게 해줘야 한다. 막 신이 나서 말을 하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너 그렇게 하면 어른들이 괜찮아 하실 것 같냐고 하니 좀 더 고민을 해보겠다고 한다.
다음날 내가 새벽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야해서, 아쉽지만 커피 한잔을 끝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부안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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