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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5시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가 만석이라서 놀랐다. 사람들 참 부지런하게 사는구나..싶었다.
어. 눈떠보니 서울이네. 난 정말 이동수단에서 99퍼센트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인데, 잠이 든다면 딱한가지 경우 밖에 없다. 진짜 죽기직전의 피로감이 몰려온 상태여야 한다. 몸과 마음을 부쩍쓴 상태여서 그런지 차가 출발하자마자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인데 항상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뭔가 순간이동을 한 느낌이라서 좋다. 이동자체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서울은... 성인이 되서는 본가보다 많이 오간 것 같아서 여행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것 같다.
버스를 정말 오랜만에 타본 것 같다. 매주 오가는 고터였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지금은 기차가 더 편해졌다.
분명 어제까지는 좀 추운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다시 5월의 날씨로 돌아온듯 했다. 집에서 나설때는 10도 안팎이라 얇은 패딩을 껴입고 있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방에 집어넣고, 외투까지 벗었다. 동화 햇님과 나그네가 생각났다...
아침부터 이래저래 바빴던 일정을 보내고 시청역으로 넘어왔다. 점심 무렵이 되었다.
이렇게 맑고 시원한 날씨 덕에 마음 속에 있던 먹구름도 씻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장마가 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청역은 업무지구이기 때문에 일요일은 식당들이 대부분 휴무임을 간과하고 있었다. 돈가스가 정말정말 먹고 싶었는데, 다행히 목적지 건물 지하에 영업을 하는 가게가 있었다. 웨이팅도 꽤 많이 걸려있어서 이름을 적어놓고 기다리려고 했는데,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라 바로 안내를 해주었다. 매우 많이 큰 돈가스가 나와서 당황했지만....... 경건히 썰기 시작했다.
다..못먹었다. 그래도 저기서 한 다섯조각......... 정도 남겼으니까 엄청, 매우, 많이 잘 먹은걸로 해주세요(누구한테 말하는..)
며칠간 돈가스 생각은 안날 것 같다.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작가님의 전시를 보았고, 담소도 나누었다. 이런 사진전을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더더욱 부푼꿈을 갖게 되었다.
봄날의 서울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제 곧... 높은 습도와 타오르는 햇살로 불지옥이 될 예정이기에
아마도 올해 느낄 수 있는 가장 싱그러운 초록이 아닐까 생각하며 서울역까지 걸었다. 이어폰도 안꼈는데 신나는 마음에 발길닿는대로 막 걷다가 서대문쪽으로 갈뻔했다.
궁금했던 청룡열차를 드디어 타보았다. 빠르기도 진짜 빠르고 부산까지 가는데 대전이랑 대구밖에 서지 않는 열차였다.
대전까지 가는 동안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어째서인지 창밖 풍경이 꿈처럼 느껴졌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건가, 날씨가 워낙 좋아서 그런건가-
대전에 도착하고, 지하철에서 내려 집에 오는길에도 장미들이 펴있었다.
다시 월요일이다. 주말을 무척 길게 쓴 느낌인데, 대신 잠을 잃었다.
또 어떤 한주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