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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도착하는 날, 제주를 떠나는 날에는 대개 이 숙소에 머무른다. 공항과 매우 가깝고 숙박비도 저렴하고 배달되는 식당도 많고,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이 창가의 전망이 참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어렸을때부터 바다 근처에 살아서, 바다에 대한 로망은 없는데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바다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비행기를 보면 아직도 설레는 마음이 가득한 나는, 여전히 여행자로서의 삶을 동경하고 있는 듯 하다.
슬슬 해가 넘어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을 활짝 열어두어도 벌레같은게 날아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다. 항만 근처라서 그런지 벌레들이 살기에 좋지 않은 환경인가 보다.
제주도가 생각보다 굉장히 큰 섬이라서 본여정을 위해 이곳을 떠나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이 특유의 분위기는 공항근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블루아워. 한강의 블루아워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자동차 소리와 사람 소리로 가득한 분위기를 느끼다 이어폰을 주섬주섬 꺼내 고요의 세상으로 들어가는걸 정말 좋아하는데 여기도 그에 못지않게 좋아하는 곳이다. 냄새와 소리에 민감한 탓에 피곤할때도 정말 많지만, 또 그만큼 바뀐 장소의 공기를 잘 구분짓고 각인하는 것 같다. 제주의 블루아워는 확실히 도시의 그것과는 다르다.
배달도 시켜먹고, 근처 수퍼에 가서 군것질거리도 사먹고 산책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눈을 뜬다. 평소의 나는 굉장히 늦게 잠들고, 깊은 잠도 못자기 때문에 아침에 수없이 알람이 울려도 정신을 잘 못차리는 편인데, 이상하게 여행을 오면 잘 자고 잘 일어난다. 여기서도 동이 터오기 전에 눈을 떴다. 이 풍경을 보고 카메라를 들지 않는건 죄(?)라고 생각한다.
붉어지며 희미해진다. 잠이 안깬채로 퉁퉁 부어서 생수통을 찾아 꿀꺽꿀꺽 마시고 다시 창가로 오면 또 하늘이 바뀌어있다.
그리고 구름들이 여명의 불빛을 머금기 시작한다. 찰나의 순간이다. 이내 덧없이 사라지고 마는 하늘.
절정에 이르렀다. 깊이 잠들었던 세상이 조금씩 인기척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 희미해지며, 아스라이 사라진다.
이번에는 또 어떤 감정을 얻어갈지- 제주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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