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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의 여름 바다다른나라 2025. 6. 6. 16:16
5년만에 2부를 쓴다. 누가보면 장편 소설작가쯤이나 되는 줄 알겠지만, 다시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라고 마음먹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나보다. 게으름과 나태함, 우유부단함을 합리화해줄 핑곗거리를 찾기에 급급했다. 돌이켜보면 내 삶의 주체가 나였던 적이 별로 없다. 지치고 소진된 마음을 어르기엔, 쉬는법도 잘 몰라서 끙끙 앓곤 했다. 그래서 삶의 도약을 위한 그 다음 한걸음이 참 어렵다. 늘 그랬다. 이리저리 발버둥치다- 때론 흘러가는대로 유영하다- 갈피를 못잡던 나의 일상이 부쩍 안온해지기 시작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사람도, 차도, 건물도 빽빽하기만한 도쿄 중심부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놀라운 한적함이 펼쳐진다. 내가 찾았을 당시만 해도 그렇게까지 붐비는 곳이 아니어서 한국 사람은 커녕, 사람도 드문드문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꽤나 복작거린다고 한다. SNS의 영향이 큰가보다.
이 포토스팟은 정말 아무런 표지도 없는 도로변이라서 사람 한명 지나가는것도 보기가 어려웠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서있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에노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풍경이기에 바라보고만 있어도 몇몇 장면들이 떠올랐다.
사실 여기와서 뭘 해야겠다 정해놓은게 아무것도 없어서, 도쿄 근교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왔다. 정도면 충분했다.
발길닿는대로 주변을 둘러보다 해변가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눈 닿는 모든 곳이 영화 같았다.
수영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해변이 상당히 넓은데 비해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아서, 단편들을 하나씩 보고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나같은 사람도 있다. 사진찍고 혼자 멍때리기가 주를 이루는 여행.
아 이래서 가마쿠라에 오는구나, 싶었던 장면들이 스쳐갔다.
이렇게 예쁜 곳인줄 알았으면, 좀 더 찾아보고 올걸 그랬나. 어느 정도의 대비를 해두는건 좋아하지만,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어 해야할 것, 먹을 것, 가볼 곳 등을 찾아나서는 여행은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도 사실 사진 한장보고 찾아온 곳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쉬움이 있으면 또 찾아올듯하니 다음을 기약하며 도쿄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마쿠라의 바다는 부서지는 햇살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곳이었다.